천주교 성지 한복판에 놓인 불상과 12지신

입력 2024-01-31 18:53   수정 2024-02-01 00:39

서울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조선시대 공식 참형장 자리에 세워졌다. 수많은 천주교 신자가 처형당한 곳으로 박물관 지하로 내려가면 모차르트 레퀴엠 d단조 K.626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모차르트가 끝내 마무리 짓지 못한 곡이다. 어둠을 뚫고 걷다 보면 조각상 하나가 기다리고 있다. 성모 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끌어안은 채 오열하는 조각상. 미켈란젤로의 1499년 작품 ‘피에타’의 형태를 하고 있다. 하지만 조각은 빛이 난다. 작게 쪼개진 황금색의 반사 유리가 ‘형상과 현상-피에타’라는 제목의 조각을 뒤덮고 있어서다. 반면 그를 안아들고 있는 성모 마리아는 새까만 흑연으로 칠해져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 새해 기념 기획전으로 열리고 있는 조각가 이후창의 ‘형상과 현상, 성스러움에 대하여’에선 피에타만큼이나 독특한 유리 작품 35여 점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후창은 유리와 금속, 빛을 이용해 독특하고 실험적인 작업을 펼치는 조각가이자 설치미술가로 유명한 작가다. 인기 드라마 ‘호텔 델루나’와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를 비롯한 다양한 작품 속 가면, 세트장 등의 제작총괄을 맡으며 해외에도 그 이름을 알렸다. 서소문성지 박물관과는 지난해 동반 작가로 선정되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는 가톨릭의 성지에 불상 조각과 12지신을 상징하는 유리 작품을 갖고 나왔다. 불상을 본떠 만든 작품 ‘형상과 현상-우담바라’는 부처의 머리에서부터 뻗은 가지에서 3000년에 단 한 번 꽃을 피운다는 우담바라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유리와 스테인리스를 섞어 만든 ‘12지신 오벨리스크’는 시간에 따라 색이 변한다. 작가는 유리 색깔이 아무리 변해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달하고자 했다. 전시는 오는 4일까지 이어진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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